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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월호 복지사들은 왜 영국으로 갔나
등록일 2017-02-06 오후 6:18:15 조회수 1753

"세월호 같은 재난이 일어났을 때 중앙정부가 모든 상황을 틀어쥐고 컨트롤하는 시대는 이제 지났습니다. 그 지역을 잘 아는 지역사회가 중심이 되어야죠."


경기도 안산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을 지원하는 10개 복지관들의 네트워크 '우리함께'의 박성현(38) 사무국장은 지난 25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박 국장 등 우리함께의 사회복지사 7명과 수퍼바이저 1명 등 모두 8명은 지난 13일부터 22일까지 8박 10일 동안 영국 연수를 다녀왔다.


지난 3년간 세월호 참사로 인해 슬픔과 어려움을 당한 유가족 지원 활동을 벌이면서 비효율성과 부조리를 절실히 느꼈던 이들이 영국에서 그 해답을 찾기 위한 것이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가 주최하는 '사회복지사 역량강화 해외연수 공모'에 응모하여 이루어졌다.


"상담사 1000명 뽑아 2시간 교육 후 현장 투입하더라"

 
"참사가 발생한 직후 전국에서 자원한 1000여 명의 상담전문가들이 안산에 모였어요. 그런데 '트라우마란 무엇인가', '트라우마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등 2~3시간 교육하더니 바로 현장에 투입되는 거예요. 다들 뭐라도 돕고 싶어서 오신 분들이겠지만, 이 분들이 그 엄청난 슬픔을 가진 사람들을 제대로 '상담'할 수 있을까요."


더 황당한 것은 대부분 중앙정부에서 뽑은 타지에서 온 사람들이다 보니 일정 시간이 지나자 한꺼번에 썰물처럼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상담 연구의 좋은 사례로 생각하고 온 경우도 있더라는 것.


"상담을 하는 사람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애도 상황에 충분히 공감하고 배려해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시 텄던 관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어 유가족들이 지역사회에 오랫동안 남을 수 있어야 하는데 타 지역 사람들에게 그런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 수밖에 없죠."


피해자 부모들이 팽목항에 가 있느라고 집에 남겨진 노부모나 아이들을 위한 지원이 시작됐지만,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구호물품을 보내다 보니 현장에서는 전혀 쓸모없거나 물품이 훼손되는 경우도 많았다.


치약, 칫솔, 비누같이 자연재난에나 적합한 구호품이 전달되기도 하고, 대기업에서 보낸 구호식품들은 대부분 레토르트 식품, 편의점 도시락이 많았다. 두께가 얇다보니 배달하다 음식물이 섞이기도 하고 날이 더워지자 상한 상태로 도착하기도 했다.


이같이 뒤죽박죽인 상황에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는 박 국장은 중앙정부가 일방적으로 컨트롤하는 재난 대비 활동에 사회복지사들이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100년 후 바닷물 유입을 걱정해 댐 건설한 런던 시민들


그럼 이들은 왜 영국을 주목하게 된 걸까.


지구 반대편 나라 영국도 불과 30년 전에 세월호 참사를 연상케 하는 대재난을 당한 쓰라린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 중 1989년 셰필드의 축구장에서 관중이 한꺼번에 몰려 96명이 압사하는 힐스버러 참사와 1987년 런던 킹스크로스 역에서 일어난 화재로 31명이 사망한 킹스크로스 화재사건은 안전한 것으로 여겨졌던 영국 사회에 큰 충격을 던진 사건들이다.


연수단은 런던, 코벤트리, 더럼 등 3개 지역을 돌며 내각 사무처의 비상계획수립 담당자와 지방정부 재난예방 및 관리 시스템을 담당하는 LRF(London Resilience Forum) 등의 정부기관, 재난전문가를 양성하는 코벤트리대학교 재난학과와 더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재난연구소 등을 방문했다.


박 국장은 이 방문에서 2가지가 인상적이었다고 꼽았다.


첫째는 영국의 재난 대응은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컨트롤하는 톱다운(Top-down) 방식이 아니고, 지역의 자원에 대해 잘 아는 지역사회가 컨트롤하고 중앙정부는 큰 방향성과 예산지원에 그치는 보톰업(Bottom-up) 방식이라는 것.


둘째는, 이미 30년 전에 100년 후의 바닷물 유입 홍수를 막기 위해 런던 템스강에 댐을 건설할 만큼 장기적 안목을 갖고 재난에 대응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힐스버러 참사와 킹스크로스 화재 사건 때문에 재난대비 시스템을 다시 돌아보게 됐지만 이미 그 전부터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를 해나가고 있었다는 말이다.


"시간 지나도 유가족들의 슬픔은 줄어들지 않는다"


뒤이어 만난 두 사고의 피해자 유가족들은 연수단에게 재난으로 인한 애도와 치유작업에 장기적 안목이 필요하다는 것을 재삼 강조했다.


세월호참사와 같이, 영국의 경우에도 3년까지는 큰 관심을 갖다가 이후엔 희미해졌고 10주기가 돼야 언론이 다시 관심을 갖더라는 것. 유가족들은 "시간이 지나더라도 가족들의 슬픔은 등락이 있을 뿐이지 줄어들지 않더라"며 지속적인 관심과 상담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킹스크로스 사고 유가족들이 '디재스터 액션(Disaster Action)'이란 재난활동지원단체를 스스로 만들어 다른 재난 피해자들을 돕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했다. 사회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경험했던 어려움이나 예측불가능한 향후의 상황들을 가장 잘 알기 때문에 큰 신뢰를 얻고 있다고.


박 국장은 "영국은 지역사회와 공공기관, 사기업까지 거버넌스(협치) 시스템을 갖춰 재난에 대응하고 있더라"며 "우리도 이같은 거버넌스를 상시적으로 구축해 재난이나 사고가 났을 때만이 아닌 평상시에도 관리할 수 있도록 정부에 제안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출처] 오마이뉴스 김경년 기자, 2017.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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